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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기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은 DC형·IRP 가입자가 돈을 어디에 넣을지 지시하지 않을 때, 금융회사가 미리 정해 둔 상품으로 대신 굴려 주는 제도입니다. 지정하지 않으면 만기 된 돈은 현금으로 묶이고, 지정한 사람의 85%는 예금형에 몰려 있어 지난해 수익률이 2.63%였습니다.
저는 회사 퇴직연금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지금까지 한 번도 확인해 본 적이 없습니다. 국민연금처럼 월급에서 알아서 처리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이 제도를 알고 나니, 제가 아무것도 모른 채 꽤 큰돈을 방치해 뒀을 수도 있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저처럼 퇴직연금을 "그냥 쌓이는 돈"으로만 알고 있던 분들을 위해 정리했습니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뜻, 안 건드리면 알아서 굴려준다는 제도
디폴트옵션의 정식 이름은 사전지정운용제도입니다. DC형 퇴직연금이나 IRP 가입자가 "내 돈을 어떤 상품에 넣겠다"는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금융회사가 미리 정해 둔 상품으로 자동으로 운용합니다. 가입자가 아무 말도 안 하면 "그럼 정해 둔 대로 하겠습니다"라고 움직이는 구조입니다.
2022년 7월 12일 도입됐고, 1년 유예를 거쳐 2023년 7월 12일부터 전면 시행됐습니다(출처: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 2023.7.26 안내). 주의할 점은 지정이 '예약'이라는 것입니다. 디폴트옵션을 지정해도 지금 들고 있는 상품이 당장 바뀌지 않고, 그 상품이 만기 됐을 때 비로소 작동합니다.
그리고 이 제도는 DC형과 IRP에만 해당됩니다. DB형은 회사가 직접 운용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대상이 아닙니다. "디폴트옵션 지정하라는 연락을 받은 기억이 없는데?" 싶은 분은 혹시 DB형이 아닌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이번에야 제 퇴직연금이 DB형인지 DC형인지조차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습니다. DB형과 DC형의 구조 차이는 퇴직연금 DB형 DC형 글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디폴트옵션 미지정하면, 만기 돈이 현금으로 묶입니다
제가 놀란 부분이 여기였습니다. 예전에는 정기예금 같은 상품이 만기 되면 같은 상품으로 자동 재예치됐습니다. 그런데 2023년 7월 디폴트옵션 전면 시행과 함께 자동 재예치 제도가 폐지됐습니다. 지금은 만기 된 돈이 '대기성 자금', 사실상 현금 상태로 남습니다. 수익은 0%입니다.
디폴트옵션을 지정해 둔 사람은 다릅니다. 운용하던 상품이 만기 되고 4주 안에 운용 지시가 없으면 금융회사가 "디폴트옵션으로 운용하겠습니다"라고 사전 통지를 보냅니다. 통지 후 2주 안에도 지시가 없으면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운용이 시작됩니다. 합쳐서 6주입니다(출처: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 2023.7.26 안내). 원하면 6주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디폴트옵션 운용을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디폴트옵션을 아예 지정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지정이 없으면 통지할 상품도 없으니 만기 자금은 그대로 대기성 자금으로 잠듭니다. 금융회사는 안내했다고 하겠지만, 받은 사람이 광고인 줄 알고 넘겼다면 안내는 없는 것과 같습니다. 제도의 존재를 아는 사람에게는 6주라는 기한이 의미가 있지만, 제도 자체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 6주가 시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 상태 | 상품 만기 후 | 결과 |
| 디폴트옵션 지정함 | 4주 통지 → 2주 대기 | 6주 뒤 지정 상품으로 운용 |
| 지정 안 함(미지정) | 통지 없음 | 대기성 자금, 수익 0% |
| 직접 운용 지시 | 즉시 반영 | 내가 고른 상품으로 운용 |
디폴트옵션 4가지 유형과 실제 수익률, 숫자가 말해 줍니다
디폴트옵션은 위험도에 따라 네 유형으로 나뉩니다. 안정형(초저위험), 안정투자형(저위험), 중립투자형(중위험), 적극투자형(고위험)입니다. 안정형은 정기예금과 원리금보장보험으로만 구성되고, 적극투자형으로 갈수록 TDF나 밸런스드펀드 같은 펀드 비중이 높아집니다. 2025년 말 기준 41개 금융기관에서 319개 상품이 승인돼 있습니다.
| 유형 | 구성 | 2024년 수익률 | 2025년 수익률 |
| 안정형(초저위험) | 정기예금·원리금보장보험 100% | 3.3% | 2.63% |
| 안정투자형(저위험) | 원리금보장 60% + 펀드 40% | 7.2% | — |
| 중립투자형(중위험) | 원리금보장 30% + 펀드 70% | 11.8% | 10.81% |
| 적극투자형(고위험) | 펀드 100%(TDF·BF 등) | 16.8% | 14.93% |
1년 수익률. 2024년은 고용노동부 2025.2.18 발표, 2025년은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 2026.2.27 발표 기준이며 2025년 안정투자형 수치는 발표 자료에 없습니다.
실제 적립금 현황을 보면 이 제도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2024년 말 디폴트옵션 적립금 40조 670억 원, 가입자 631만 명 중 초저위험 상품에 35조 3,386억 원, 전체의 88%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2025년 말에는 적립금 53조 3천억 원 중 안정형에 45조 5천억 원, 85.4%가 몰려 있습니다(출처: 고용노동부 2025.2.18,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 2026.2.27 발표). 열 명 중 여덟, 아홉은 사실상 예금에 맡겨 둔 셈입니다.
같은 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였으니 안정형 수익률 2.63%는 물가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전체 평균 수익률이 3.7%에 그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위험을 감수하기 싫은 분도 있으니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선택의 결과라기보다 무관심의 결과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안전자산 30% 규칙, 칸막이인데 구멍이 있습니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된 내용 중 가장 머리에 남는 게 안전자산 30% 규칙입니다. DC형과 IRP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의 적용을 받아 '위험자산 70% 이하, 안전자산 30% 이상'이라는 한도가 있습니다. 예·적금, 국채, 주식 비중 50% 미만인 채권혼합형 펀드·ETF가 안전자산으로 인정됩니다(2023년 11월 개정 전에는 30% 미만). 연금저축은 이 규제 밖이라 주식형 ETF를 100%까지 담을 수 있습니다(출처: 한경 코리아마켓 영상).
그런데 구멍이 있습니다. 주식 비중이 80%까지인 '적격 TDF'와 디폴트옵션 상품도 안전자산으로 분류됩니다. 주식형 ETF로 70%를 채우고 나머지 30%에 주식 80%짜리 TDF나 적극투자형 디폴트옵션을 넣으면, 계좌 전체의 실제 주식 비중이 최대 94%까지 올라갑니다. 주식 50% 채권혼합형을 넣으면 85%입니다. 30% 칸막이 안에 주식이 잔뜩 든 상품을 넣는 구조입니다.
30%를 뭘로 채울지 막막한 분들을 위해 영상에서 든 예시도 있습니다. S&P500 50%에 미국 단기채 50%를 섞은 채권혼합형 ETF, 금 50%에 국내 단기채 50%를 섞은 ETF 같은 것들입니다. 금 현물 ETF는 퇴직연금에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데, 채권과 섞은 상품은 안전자산 30% 칸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출처: ETF읽어주는남자 영상). 수익률이 높은 계좌의 공통점 중 하나가 이 30%를 비워 두지 않고 채권혼합형에 적극적으로 쓴다는 점이었다고 합니다. 특정 상품을 권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보여 드리는 예시입니다.
| 30%에 넣는 것 | 계좌 전체 주식 비중(70%는 주식형 ETF 기준) |
| 예금·국채 | 70% |
| 채권혼합형(주식 30~40%) | 79~82% |
| 채권혼합형(주식 50%) | 85% |
| 적격 TDF·적극투자형 디폴트옵션(주식 80%) | 94% |
회사 퇴직연금 하나뿐인데 DB인지 DC인지 모릅니다
저는 연금 계좌라고 할 만한 게 회사 퇴직연금 하나뿐입니다. 그런데 그게 DB형인지 DC형인지 모릅니다. 회사에서 DB와 DC 중에 고르라고 한 적도 없고, 제가 물어본 적도 없습니다. 맡고 있는 금융회사는 기업은행으로 알고 있는데, 거기 계좌에 로그인하거나 앱으로 잔액이나 수익률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디폴트옵션을 지정하세요"라는 문자나 카톡, 우편을 받은 기억도 없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DB형이라 애초에 대상이 아니었거나, 왔는데 광고인 줄 알고 넘겼거나 둘 중 하나인데, 그것조차 모릅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 내 연금을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들었습니다.
퇴직연금에 안전자산을 30% 이상 담아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는 것, TDF라는 상품이 있다는 것도 이번 영상에서 처음 들었습니다. 예전에 주식을 할 때 S&P500 ETF를 사 본 적은 있습니다. 그런데 주식을 전부 팔고 나서는 제 돈을 직접 굴릴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DC형이라면 제가 뭘 골라야 한다는 말이 부담으로 들립니다. IRP는 퇴직금이 들어오는 통장 정도로만 알고 있었고, 연금저축도 IRP도 없습니다.
알아서 굴려주는 제도가 아니라, 알아서 예금에 넣는 제도
디폴트옵션은 "안 건드려도 알아서 굴려준다"는 제도인데, 실제로는 적립금의 85%가 안정형에 들어가 있고 그 수익률이 물가 상승률과 거의 같습니다. 알아서 굴려주는 게 아니라 알아서 예금에 넣어 두는 제도에 가깝습니다. 저처럼 지정하라는 연락을 받은 기억조차 없는 사람에게는 제도가 있는지조차 와닿지 않습니다.
안전자산 30% 칸막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노후 자금을 지키라고 만든 한도인데, 주식 80%짜리 TDF를 안전자산에 넣어 계좌 전체 주식 비중을 94%까지 올릴 수 있다면 칸막이가 왜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고용노동부가 "70%를 꽉 채운 사람보다 원리금보장에 묶인 사람을 먼저 움직이게 해야 한다"고 보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그래서 30% 칸막이 폐지는 아직 정해진 게 없습니다(출처: 한경 코리아마켓 영상).
지금 급한 건 한도 폐지가 아니라, 저처럼 자기 퇴직연금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한 번이라도 들여다보게 만드는 일입니다. 저부터 통합연금포털에서 제 퇴직연금이 DB인지 DC인지, 지금 뭘로 운용되고 있는지 확인해 볼 생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DB형인데 디폴트옵션 문자가 안 왔습니다. 왜 그런가요?
A. DB형은 회사가 운용 책임을 지는 구조라 디폴트옵션 자체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내릴 일이 없으니 안내도 오지 않는 게 정상입니다. DB형인지 DC형인지 모르면 회사 총무·인사에 묻거나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내 연금 조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디폴트옵션 지정은 의무인가요? 안 하면 벌칙이 있나요?
A. DC형·IRP 가입자는 지정하도록 돼 있지만 안 했다고 벌칙은 없습니다. 대신 운용하던 상품이 만기 되면 자동 재예치 없이 대기성 자금으로 남아 수익이 0%가 됩니다. 벌칙이 아니라 손해가 따라오는 구조입니다.
Q. 디폴트옵션은 한 번 지정하면 못 바꾸나요? 해지는요?
A. 언제든 바꿀 수 있습니다. 디폴트옵션으로 운용 중이어도 일반 상품으로 바꿀 수 있고, 지정한 상품도 다른 유형으로 교체할 수 있습니다. 고정이 아니라 언제든 고칠 수 있는 '기본값'으로 보면 됩니다.
Q. 디폴트옵션 유형은 어떻게 고르나요?
A. 특정 상품을 권하기는 어렵지만, 기준은 은퇴까지 남은 기간과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20년 이상 남았고 단기 손실을 견딜 수 있다면 중립·적극투자형을, 은퇴가 가깝거나 원금 손실이 부담스럽다면 안정투자형·안정형을 봅니다. 상품별 수익률은 고용노동부와 각 금융회사가 분기마다 공시합니다.
Q. DB형에서 DC형으로 바꿀 수 있나요?
A. 회사 규약이 허용하면 DB에서 DC로는 바꿀 수 있지만, DC에서 DB로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출처: 시골쥐의 도시생활 영상). 바꾸기 전에 내 연봉 상승률과 투자 성향을 먼저 따져 봐야 합니다.
결론: 퇴직연금 디폴트옵션보다 먼저, 내 계좌가 DB인지 DC인지
이번에 배운 것을 한 줄로 정리하면, 퇴직연금은 국민연금처럼 알아서 처리되는 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DC형이라면 내가 운용 지시를 내려야 하고, 아무것도 안 하면 만기 때 현금으로 잠듭니다. 디폴트옵션 전체 평균 수익률 3.7%가 물가 2.1%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는, 85%가 예금과 다름없는 안정형에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선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 제 퇴직연금이 DB형인지 DC형인지부터 확인해 볼 생각입니다. DB형이라면 당장 할 일은 없지만, DC형이라면 디폴트옵션 지정과 안전자산 30% 구성을 한 번은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내 돈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아는 것이 퇴직연금 관리의 시작입니다.
이 글에 나온 용어, 쉽게
본문에서 점선 밑줄 단어를 누르면 여기로 오고, ↩ 본문으로를 누르면 읽던 자리로 돌아갑니다.
디폴트옵션 — 내가 아무 지시도 안 했을 때 금융회사가 대신 골라 굴리는 '기본값' 상품입니다. 안정형부터 적극투자형까지 네 단계 중 하나를 미리 정해 둡니다. ↩ 본문으로
DC형·DB형 — DC형은 회사가 매년 넣어 주는 돈을 내가 직접 굴리는 방식이고, DB형은 퇴직할 때 받을 금액이 월급 기준으로 정해져 있어 회사가 굴리는 방식입니다. 디폴트옵션은 DC형에만 해당됩니다. ↩ 본문으로
안전자산 30% — DC형·IRP 계좌에서는 돈의 30% 이상을 예금·국채처럼 안전한 쪽에 두어야 한다는 규칙입니다. 주식형 ETF는 70%까지만 담을 수 있습니다. ↩ 본문으로
TDF — 이름 뒤에 2045, 2050처럼 은퇴 예정 연도가 붙은 펀드입니다. 그 해가 가까워질수록 주식을 줄이고 채권을 늘리는 걸 펀드가 알아서 합니다. ↩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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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 2025년 말 디폴트옵션 운용 현황 (2026.2.27)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내 연금 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