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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환율을 '뉴스 속 숫자'쯤으로 여기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해외직구 결제 금액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나오는 걸 보고 나서야, 1,380원이 넘어선 원달러 환율이 제 통장과 직결된 문제라는 걸 뒤늦게 실감했습니다. 왜 갑자기 이렇게 올랐는지 찾아봤더니, 단순히 국내 경기 탓이 아니었습니다. 이란 전쟁발 달러 수요 급증과 미 연준의 매파적 FOMC 발언이 맞물리면서 생긴 복합 충격이었습니다.
이란전쟁과 안전자산 선호 — 환율 상승의 도화선
제가 직접 환율 앱을 켜서 날짜별 그래프를 확인해 봤습니다. 분명히 한동안 1,340원 선까지 내려왔던 원달러 환율이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급격히 꺾이더군요. 정확히 9월 10일이 저점이었고, 그날 이후 달러 인덱스도 동반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달러 인덱스(Dollar Index)란 유로, 엔, 파운드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오른다는 건 전 세계 자금이 달러로 몰리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시점을 맞춰보니 9월 9일에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이 다시 고조됐습니다. 유조선 15척이 공격을 받고,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봉쇄 가능성이 언급됐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로로,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석유 수송의 핵심 길목입니다. 이 길이 막힌다는 우려만으로도 시장의 공포 심리는 충분히 커집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Flight to Safety)가 작동하면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을 팔고 달러나 미국 국채 같은 안전 자산을 삽니다. 여기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란, 지정학적 불안이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질 때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달러 수요가 늘면 원화 수요는 상대적으로 줄고, 그 결과가 고스란히 환율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이란의 현재 상황을 보면 이 압박이 얼마나 심각한지 가늠이 됩니다. 2022년 말 달러당 36만 리알이던 이란 환율은 현재 220만 리알을 넘어섰습니다(출처: IMF 이란 경제 현황). 수치상으로는 6배 이상 화폐 가치가 폭락한 셈입니다. 경제 전쟁이 통화 가치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숫자를 보면서, 환율이 단순한 경제 지표가 아니라 한 나라의 신뢰도와 체력을 가늠하는 척도라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후티 반군(Houthi rebels)의 사우디아라비아 공격도 불안 요인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7월 말부터 사우디의 석유 파이프라인과 생산 시설을 겨냥한 미사일·드론 공격을 재개하면서, 국제 유가 변동성이 높아졌습니다. 유가가 흔들리면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추가적인 달러 수요 압력이 생기고, 이는 또다시 환율을 자극합니다.
- 9월 9일 미·이란 갈등 재점화 → 9월 10일부터 달러·환율 동반 상승 시작
-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 → 국제 유가 불안 → 달러 안전자산 수요 급증
- 후티 반군의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 재개 → 중동 리스크 지속 확대
- 이란 리알화 폭락 사례 → 경제 제재와 환율 붕괴의 상관관계 실증
FOMC와 원화 — 도화선에 기름을 부은 변수들
이란 전쟁이 도화선이었다면, 환율 상승폭을 크게 키운 건 FOMC였습니다. 제가 촬영 당일 달러 움직임을 다시 확인해 봤을 때, 달러가 유독 급등한 시점이 FOMC 회의 직후와 정확히 맞아떨어지더군요.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로, 기준금리를 올릴지 내릴지를 결정하는 회의체입니다. 쉽게 말해 전 세계 금융시장의 방향타를 쥔 회의입니다.
이번 FOMC에서 달러를 강하게 밀어올린 요인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금리 인상 결정에 대한 만장일치였습니다. 전원 동의라는 건 매파적 기조(hawkish stance)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데, 매파적 기조란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거나 유동성을 줄이는 긴축 지향적 태도를 말합니다. 두 번째는 점도표(Dot Plot)였습니다. 점도표란 FOMC 위원들이 향후 금리 수준을 각자 예상해 점으로 표시한 도표로, 이번에 공개된 점도표는 시장 예상보다 훨씬 가파른 금리 경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세 번째는 연준 의장이 "금융 여건이 나쁘지 않다"라고 언급한 대목입니다. 긴축을 서두를 이유가 충분하다는 신호였고, 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시장의 FedWatch 도구를 보면, 내년 6월까지 금리가 4.5%까지 오를 것이라 베팅하는 기관 수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출처: CME FedWatch Tool). 미국 금리가 오르면 달러 예금이나 미국 국채의 수익률이 높아지니, 전 세계 자금이 달러 자산으로 쏠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입니다. 제 회사 동료가 달러로 투자해놓은 미국 주식에서 환차익까지 얻으며 웃고 있는 게 바로 이 구조 때문입니다. 같은 환율 상승인데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웃는 걸 보며, 달러 자산 분산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국내 요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국민연금은 9월 7일부터 환헤지(Currency Hedging)를 중단했습니다. 환헤지란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선물환 계약 등을 통해 환위험을 미리 제거하는 거래 기법입니다. 국민연금이 이 헤지를 중단하면 원화를 사주는 큰손이 사라지는 셈이라, 원화 매수 압력이 급격히 약해집니다. 대기업들도 이미 주요 달러 매도를 마친 상황이라 지금은 원화를 받쳐줄 주체가 마땅치 않다는 게 제가 느낀 가장 불편한 현실입니다.
재정 지출 확대 문제도 거론됩니다. 향후 예산 증가 규모가 과거 여러 행정부의 누적 증가분에 맞먹는 수준으로 계획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일반적으로 재정 지출이 크게 늘면 환율 상승 압력이 생긴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 생각에는 이 부분이 맞는 측면도 있지만, 그 지출이 어떤 성장 효과를 만들어내느냐를 함께 봐야 공정한 평가가 된다고 봅니다. 지출 규모만 놓고 단정하기보다는, 재정 승수 효과까지 따져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환율이 오르면 우리 일상에 어떤 영향이 생기나요?
A. 달러로 결제하는 해외직구, 항공권, 유학 송금 비용이 바로 올라갑니다. 제가 직접 해외직구 결제를 해보니 예상보다 수만 원이 더 나왔습니다. 반면 달러 자산을 보유한 경우에는 환차익이 생기는 구조라 영향이 사람마다 다릅니다.
Q. FOMC 금리 인상이 왜 한국 환율에 영향을 주나요?
A. 미국 금리가 오르면 달러 예금이나 미국 국채 수익률이 높아져 전 세계 자금이 달러 자산으로 이동합니다. 그 과정에서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수요가 늘어나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구조입니다. 일반적으로 미국 금리와 원달러 환율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Q. 이란 전쟁이 한국 환율이랑 무슨 상관인가요?
A. 중동 분쟁이 커지면 국제 유가 불안과 함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집니다. 달러가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라 수요가 급증하고, 그 결과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9월 9일 미·이란 갈등 재점화 이후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한 게 이를 잘 보여줍니다.
Q. 국민연금 환헤지 중단이 환율에 어떻게 영향을 주나요?
A. 국민연금은 해외 투자 과정에서 원화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는 환헤지 거래를 해왔습니다. 이 헤지를 중단하면 원화를 사주는 대형 매수 주체가 사라지는 것과 같아서, 원화 약세 압력이 그만큼 커집니다. 대기업들의 달러 매도도 일단락된 상황이라 지금은 원화를 받쳐줄 주체가 마땅치 않습니다.
결론
은행 창구에서 우연히 들은 그 아버지의 한숨이 계속 생각납니다. 환율은 통계표 안의 숫자가 아니라, 유학비와 장바구니 물가와 노후 자금에 직접 닿아 있는 현실이었습니다. 이번 환율 급등은 이란 전쟁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도화선이 됐고, FOMC의 매파적 금리 기조가 그 불길을 키웠습니다. 여기에 국민연금 환헤지 중단과 대기업 협조 여력 감소까지 겹치면서 원화를 받쳐줄 구조적 완충재가 얇아졌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중동 리스크가 쉽게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미국 기준금리가 4.5%를 향해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커진 지금, 환율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앞으로 챙겨보려는 건 두 가지입니다. 달러 자산 일부 편입으로 환노출 위험을 분산하는 것, 그리고 FOMC 일정과 중동 뉴스를 환율 흐름과 함께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입니다. 거창한 투자 전략이 아니더라도, 환율이 왜 움직이는지 맥락을 아는 것만으로 불필요한 불안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